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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12월의 편지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3-12-05 / 조회수 : 1541

안녕하셨어요?

 

싸늘한 계절의 시작입니다.

음력으론 동짓달이네요.

월동 준비들은 잘 하셨는지요? 봉인사에서도 신도님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김장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요즘 몇몇 신도님들과 함께 부처님의 초기 가르침인 니까야(아함경)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경전에 이치에 맞게 생각하고 이치에 맞게 행동하면 번뇌가 생기지 않거나 일어난 번뇌는 사라지게 된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치에 맞게 산다는 말은 필요한 것은 미리 준비하고 불필요한 것은 제거하거나 피한다는 뜻이고요, 때론 잘 참아내는 인내가요구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잘 관찰하고 집착할 것도 저항할 것도 없음을 자각하며 살아가라는 가르침입니다.

자연은 정말 이치에 맞게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추운 계절이 오면 비워버립니다. 갈무리하며 기다림의 시간으로 들어갑니다. 추위가 끝나면 다시 움티우기 위해 갈무리 합니다. 만일 우리가 힘든 상황을 맞이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누구를 탓하시나요? 기도하시나요? 상황을 바꿔 보려고 애쓰시나요?

흔히 우리 삶의 여정을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비유하곤 합니다. 잔잔한 수면을 순풍을 타고 미끄러지듯 나아가기도 하고 비바람으로 거칠어진 파도를 헤쳐 나가기도 합니다.

때론 모진 강풍으로 파도가 거세지고 배가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땐 배를 가볍게 하기 위해 미련을 갖지 말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닌 짐들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상황에 따른 비움은 이치에 맞는 행동이 되는 것입니다. 예견되어지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지혜입니다. 지금 대지는 산도들도 비움의 시간인가 봅니다.

추운 계절이지요?

추운 계절은 당연히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이 추운 계절에 자칫 우리 마음도 얼기 쉽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따뜻한 마음은 상대의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상대를 배려해 주는 마음이 아닐까요? 따뜻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비워야 할 것입니다. “내 마음을 비운다.”라는 말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단순히 욕심을 버리라는 말만은 아닙니다.

모든 것은 관계되어져서 돌아갑니다. 나만을 중심으로 해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다른 이에게 상처 주기 쉽습니다. 어디서든 내가 중요한 사람처럼 여겨지길 바라고 있다면 관계가 원만해 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모든 것을 내 위주로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따뜻한 마음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나를 중심으로 하는 그 생각을 버리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것입니다.

 

삶을 잘 살기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을 까요? 서로를 존중해 주는 배려의 마음을 키워가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인과(因果)의 법칙을 연기(緣起)적 과정으로 설명해 주시고 계십니다. 이미 심어진 씨앗은 인()이고 그 씨앗이 잘 성장하도록 조건을 잘 맺어 나가는 것이 연()입니다. 그래서 인연(因緣)을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인연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가꾸어 가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미 만난 사람이나 일이나 상황은 바꿀 수 없는 인(-씨앗)이구요, 그것이 어떤 연(-조건)을 만나는가에 따라서 잘 성장하기도 하고 곧 바로 죽어 가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연(- 조건)을 잘 가꾸는 즉 서로간의 관계를 잘 형성해 나가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관계를 잘 맺어 가려면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마음을 비운 따뜻함이 기본이 될 것입니다. 이 겨울 동안거 백일기도는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논밭이 비워지듯이 그렇게 마음을 비워가고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채워가는 발원을 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러면 좀 더 자연스럽게 가족과 세상과 관계 맺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비우면 내 자신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비우면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나를 지켜줍니다.

비운 그 마음 자리에 따뜻함으로 감사함으로 모두를 위해 기도드려보세요.

사랑은 이렇게 따뜻한 마음과 감사의 기원을 통해 자라납니다. 의식 성장이 함께 합니다.

 

 

- 기 원 -

 

육신이나 음성으로

붓다를 찾는다면

이는 삿된 길이니

여래를 못 보리라.

 

찬란한 빛이 되어

노래하는 새가 되어

그윽한 향기 되어

천상의 맛이 되어

감미로운 사랑 되어

꿈속의 마법사 되어

 

내게 뿌리내려 기쁨의 꽃피우는 나는 포근한 대지(大地)이고 싶습니다.

타는 갈증의 아픔을 풀어드리는 나는 시원한 감로수(甘露水)이고 싶습니다.

시린 가슴을 녹여 드리는 나는 따뜻한 불꽃()이고 싶습니다.

두 뺨에 흐르는 서러움을 닦아드리는 나는 산들바람()이고 싶습니다.

 

 

 

초선당에서 적경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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