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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의 편지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9-06-10 / 조회수 : 1033

불자님들 안녕하세요,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곱게 물든 단풍을 보면 나무처럼 사람도 역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매일 아침 떨어지는 낙엽을 쓸다 보면 나무도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구나하고 생각하며, 거기서 또 하나의 배움을 얻습니다. 한 해 동안의 역사를 나뭇잎에 담았다가 미련 없이 떨어내는 나뭇잎. 우리 인간은 그렇게 살 순 없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잎을 떨어낸 나무는 당당히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에 새잎을 싹틔워갑니다. 그렇게 나무는 세월이 흐를수록 성장해 가고 원숙해갑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집착으로 과감히 떨어내는 일을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가슴 아픈 생각만 반복하며 속을 끓이고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맛지마 니까야(중아함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멋진 수행방법이 있습니다. 본디 이 가르침은 부처님의 아드님이신 라훌라 존자에게 하신 가르침입니다. 지, 수, 화, 풍 즉 땅, 물 ,불, 바람 이라고 하는 사대 요소에 대한 명상을 말씀하셨고 끝으로는 공간에 대한 명상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몸의 살과 뼈는 지(땅)의 요소이고, 눈물, 콧물, 혈액 등은 수(물)의 요소이며, 우리 체온의 춥고 따듯함은 화(불)의 요소이고 우리의 호흡, 움직임, 꿋꿋한 기운 이런 것은 풍(바람)의 요소입니다. 이것은 인연화합 되어져서 몸을 이루어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일 뿐입니다. 어떠한 감정이나 느낌도 그에 따른 생각이나 상황이 만들어내고 있는 인연화합의과정일 뿐입니다. 나라고 하는 자아는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것들을 바라보며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일어났다 사라져 가는 과정일 뿐이다.” 라고 수차례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생각과, 생각에 따른 감정과, 감정에 따른 느낌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어떠한 느낌이든 잘 경험하는 것은 중요합니다만 사실 힘들고 생각하기 싫은 감정들은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슬픔이나 분노 두려움과 같은 힘든 감정들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몸의 어디서 그 감정들이 느껴지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몸에서 느껴지는 곳에 주의를 모으시고 깊게 호흡을 하면서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 이것은 인연따라 나타나는 내가 지어낸 생각이다.” 라고 속삭이면서 나뭇잎 떨어지듯 툭 떨어냅니다. 그리고 허공을 명상합니다. 허공은 어떠한 것이든 다 받아들이고 수용해주지만 결코 상처 나는 일이 없습니다. 나의 감정 층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잘 주의를 모아 관찰하고,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 이것은인연 따라 흘러가는 과정일 뿐이다.” 라고 속삭이며 텅 빈 공간을 명상하면서 주의를 내 가슴에 두고 가슴에 텅 빈 공간을 확보해봅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상황과 사건들, 그것에 따른 나의 수많은 감정들을 이와 같이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생각에 따라 일어나는 인연화합 되어 진 모습일 뿐이다.” 라고 속삭이고 낙엽 떨어지듯 툭 떨어버립시다. 그리고 허공에 새로운 나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즉 “나는 붓다다”, “나는 빛이다”, “나는 사랑이다”, 이렇게 허공에 노래불러봅시다.

봄날 파랗던 새싹도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숱한 경험을 품고 살아오던 그 초록의 생명이

어느 가을날 곱게 화장하고는 그렇게 대지로 돌아간다네.

내 생각만큼이나 높이 올랐던 수증기들도 구름이 되어 여유롭게 허공을 어루만지더니만

어느 날 빗방울 되어 땅으로 내려앉았네.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듯 움켜쥐었던 나의 모든 생각과 감정들

나 이제 그들을 소중한 내 삶의 일기장에 새겨 놓고 조용히 가슴에 품고 그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보낸다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생각이 창조한 감정들일 뿐!

이것이 나의 기도문이라네.

 

초선당에서 적경 두손 모음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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