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센터

기본 게시판 내용보기
2019년 3월의 편지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9-06-10 / 조회수 : 716

불자님들 안녕하세요.
이제 우수도 경칩도 다 지나고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싸늘한 기운이 아침저녁으로 심하니 감기조심하시고요,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니 마스크를 꼭 착용하시고 다니십시오. 이제 머지않아 곧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이 피어오르겠지요. 조금이라도 꽃을 빨리 보려고 조급한 마음을 낸다 하여 꽃이 피어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백유경에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농부가 밭에 콩을 심어놓고 콩이 싹트기를 기다렸답니다. 며칠이 지난 뒤 콩이 싹이 트고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조급한 농부는 씨앗을 심고 싹이 틀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씨앗들이 매우 고생해서 겨우 움터서 힘겹게 자라고 있다고 생각한 농부는 어린 새싹들을 보면서 그 아이들이 빨리 클 수 있도록 도와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새싹들의 키를 높여주기 위해서 조금씩 뽑아 올려 주었습니다. 열심히 그 많은 새싹들을 뽑아올려 성장을 도와주었지요. 농부는 그 콩들이 기뻐하리라고 생각하며 흡족했습니다. 다음날 콩밭에 가본 결과, 기뻐하며 잘 자라고 있을 거라 여긴 그 새싹들은 모두 죽어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조급함은 경솔함을 불러오고 경솔함은 일을 그르치게 하기 쉽습니다. 꽃을 빨리 보고 싶어서 벚꽃나무 앞에 불을 피우면 자칫 벚
꽃은 꽃도 피우기 전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기다림, 이것은 잘 참고 기다린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론 인욕바라밀(忍辱波羅密)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힘든 상황을 참고 견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기다릴 줄 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부처님께서도 인욕(참고 견딤)이 깨달음을 성취하게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봄꽃을 빨리 보고자하는 성급한 마음에 나무에 열기(熱氣)를 가하지는 마십시오. 기다리고 있노라면 꽃은 스스로 피어날 것입니다.                                          
어느 세월에~” 하면서 조급해하는 마음은 자칫 일을 그르치기가 쉽습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사과나 감을 보십시오. 다 익기도 전에 감을 따먹으면 떫은맛이 강하고 자칫 배앓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잘 익으면 달콤한 홍시가 되어 집니다. 익기 전에는 떫었던 것이 익어가면서 달고 향기로움을 갖게 됩니다. 감에게 이미 달콤해 질 수 있는 성분이 있는 것입니다. 누가 없던 단맛을 넣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삶도 이미 복(福)과 덕(德)을 갖춘 완전한 존재입니다. 그 완전성이 제대로 발현되고 있지 않을 뿐입니다. 자녀의 성적이 좀 떨어진다 하여, 남편 또는 아내의 일이 잘 안 된다고 조급하게 성질내거나 뭔가를 어찌해보려고 하지 말고 기다려주는 미덕을 키워볼 일입니다. 익지 못한 과일을 먹으면 떫거나 배앓이를 할 수 있듯이 조급하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씨앗 속에는 큰 나무로 자라서 꽃피고 열매 맺을 수 있는 성품을 이미 지니고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우리 인간도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붓다의 성품을 지닌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다만 그 위대함이 아직 발현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선(善)과 악(惡)이라고 하는 것도 반대의 개념이 아닙니다. 정해진 선, 정해진 악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선한 모습으로 완전히 드러나지 못한 것을 우리는 ‘악하다 또는 불선업이다’ 라고 표현할 뿐입니다. 마치 무르익지 못한 풋과일과 같은것을 악이라고 표현하는 것뿐입니다. 다시 말해 익지 못한 선을 악이라고 할 뿐입니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 우리의 기도는 조급함 없이 기다릴 줄 아는 힘을 갖추게 해달라고 기도해봅시다.

'들꽃은 스스로 핀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뭔가 불만족스럽고 기대에 어긋나는 관계에 있어도 인욕하며 기다
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키워나갈 일입니다.
이렇게 기다리고 있노라면 꽃은 피겠지요.


부처님
저에게 가피를 내려주십시오.
제가 조급한마음 내려놓고
감사하며 기다릴 줄 아는 사람 되게 해주십시오.


초선당에서 적경 두 손 모음_()_

파일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다음글 : 2019년 4월의 편지
이전글 : 2019년 1월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