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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의 편지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9-10-09 / 조회수 : 889

10월의 편지

 

불자님들 안녕하세요?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끝자락 날에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날기 시작하더니만 여지없이 봉인사 도량 가득 귀뚜라미, 풀벌레 소리가 정겹기만 합니다. 이렇게 가을은 우리가 초대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옵니다.

얼마 전에 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 추석이 지나갔습니다.

추석은 풍요로움의 정점(頂點)이기도 하구요. 이날 조상님들의 음덕(蔭德)에 대해서 숙고하며 합동차례를 올렸습니다.

추석의 보름달은 완전히 둥근 달입니다. 이 달이 인연에 따라서 줄어들었다 작아졌다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고, 그렇게 보일 뿐이지 달 자체가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둥근 달이지만 보이는 각도에 따라 이렇게 달리 보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불성(佛性)을 지닌 완전한 존재입니다. 더 나무랄 데 없는 완전하고 사랑이 넘치고 평화로운 존재입니다. 이것이 우리 인간의 원래 모습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래의 모습을 찾고 싶은 내면의 바람 때문에 사랑과 평화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완전한 우리가 어찌하여 성내고 다투고 비난하거나 슬퍼하거나, 재물이나 권력 앞에 힘겨워하는 상황이 되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욕망이나 내가 원치 않는 어떤 상황들...... 이런 것들에 얽매여서 그것이 삶의 전부인양 인식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의 본 성품은 이렇게 원만하고 완전한 인격체이지만,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탐진치(貪嗔癡) 삼독(三毒)에 물들어 이렇게 보잘것없고 초라하고 한심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불성을 지닌 완전한 평화이며 사랑입니다. 마치 달이 작아 보이고 없어져 보이는 것 같으나 본래 달은 크기가 변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가 잠시 삼독(三毒)에 물들어 초라해 보일지라도 사실 우리는 붓다의 성품을 지닌 온전한 존재이니까요.

철학(哲學)을 영어로는 ‘필로소피(philosophy)’라고 합니다. ‘필로philo’ 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소피sophy’는 밝음, 지혜로움을 뜻합니다. 즉 사랑과 지혜의 뜻이 함께 담겨있는 이 단어를 철학(哲學)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慈悲)와 지혜(智慧)를 표현해 낸 듯 일치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자비와 지혜를 갖춘 온전한 존재이건만 그 온전성이 나의 탐진치(貪嗔癡) 삼독에 의해 물들어 드러난 모습이 것이 지금 나의 모습일 것입니다.

내 마음속에 온갖 비난과 더러움을 생각하고 보게 된다면 나는 쓰레기통이 되는 것이고, 세상을 아름답게 풍요롭게 본다면 나는 꽃바구니가 될 것입니다. 결국 완전한 나를 어떻게 발현해내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意識)의 크기에 달려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온전한 나의 불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의식성장은 필요합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입니다. 우리는 풍요로운 결실을 맺을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보시기 바랍니다. 이 물질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편안한 곳입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랑과 배려로 충만한 곳입니다. 우리의 손바닥이 크진 않지만 점점 눈 가까이로 가져오면 손바닥이 눈을 가리고 앞을 못 보게 됩니다. 우리의 탐욕이 나의 완전한 성품을 가리지 않도록 노력 할 일입니다. 달이 이즈러져 보이고 작아 보여도, 그렇게 보일 뿐 사실은 완전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내가 초라해 보이고 상대가 형편없어 보인다 할지라도 그렇게 보일 뿐 본래 자성은 원만하고 완전한 불성의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이 풍요로운 가을에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넓은 마음을 수확해 봅시다.

 

작은 씨앗 속에 거대한 나무가 숨겨져 있어요.

때가 되면 수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성품이 있지요.

익지 않은 열매는 쓰고 떫어도 조금만 기다려 보아요.

잘 익으면 향기롭고 건강한 과일이 된답니다.

 

초선당에서 적경 두 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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