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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년 3월의 편지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2-04-15 / 조회수 : 1299

3월의 편지
 


3 월의 편지



  불자님들 안녕하셨습니까?

  기나긴 겨울도 이제 끝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봉인사를 떠나 온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저는 불자님들께서 염려해주시는 덕분에 이곳 미얀마 북부 지방에 있는 메묘라는 곳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 봄에 봉인사에서 모시고 수행지도를 했던 디팡까라 샤알레이가 머물고 계시는 수행센터 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 수행센터를 찾아와 수행하는 수행자들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샤알레이께서 많이 신경 써주시는 덕에 모든 것이 쾌적합니다.

  제게도 공양도 따로 준비해 주고 수행처도 부처님이 모셔진 작은 탑 법당에 홀로 알아서 정진하도록 배려해 주신 덕에 고마운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곳 날씨는 밤은 쌀쌀하고 한낮의 햇살은 따갑고 습도가 없어서 청명하고 그늘에 있으면 딱 알맞은 그런 날씨입니다.

  아침 일출과 저녁 일몰을 다 볼 수 있는 언덕위에 자리 잡고 있는 수행센터인데, 외국인을 위해서는 일년에 두달간만 개원하는 곳입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한국에서 보던 북두칠성이랑 북극성이랑 다 볼 수 있어서 한국하늘과 미얀마의 하늘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곳의 별들은 좀 더 가깝게 느껴지고 손 내밀면 잡을 것도 같은 초롱초롱한 별빛들이 쏟아져 내리는 느낌입니다.


지금 이렇게 좋은 공간에서 디팡까라 샤알레이의 보살핌 속에서 공부하는 이 몸, 이 시간이 있기 위해 봉인사라는 뒷받침과 종무소와 공양간 식구들, 스님들의 노력이 만들어준 귀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더 멀리 생각해 보면 폐사가 된 봉인사를 재건하시고 부처님 교화도량으로 키워갈 것을 염원하시다 생을 마감하신 부모님, 그리고 무엇보다도 봉인사를 사랑하는 우리 신도님들의 시주 공덕등 모든 것이 연관되어져서 마련해준 시간들입니다.

 이곳 수행센터는 또한 얼마나 많은 염원과 시주자들의 정성, 그리고 공사자들의 노고가 들어갔을까요?

  또한 샤알레이께서 세상에 와서 주는 가르침은? 그 원력은?  모든 것이 부처님으로부터 기인하고 있었고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무엇 하나 연관되지 않음이 없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 인생사도 마찬가지겠지요?

  세상에 홀로 노력해서 스스로 성공한 이가 있을까요? 오로지 혼자 힘으로 이루어 나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걸까요?

모든 것은 가족의 뒷받침과 부모 조상님, 건강과 음식과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의도와 생각과 일과 관련되어진 도움들, 기술들, 더 나아가 물과 공기 심지어는 풀 한 포기등 우주와 연결되지 않음이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라고는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느끼고 잘 공부하며  잘 사랑하고 일 잘하며 잘 살아가면 되는 것이겠지요.

모든 것이 분리 될 수 없는 하나임을 자각하며 매 순간에 감사할 뿐입니다.


이렇게 공부도 하고 함께 나누며 서로를 힘들게 하지 말고 타인의 행복에 대해 배려해 가는 그런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길 염원해 봅니다.

부디 봉인사가 그런 도량으로 거듭 나기를 부처님 전에 두 손 모아 기원 드립니다.

이 편지를 읽으시는 우리 불자님들 가정에도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하시기를......


미얀마에서 

사랑가득 담아

 적경 두손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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