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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호-고통의 원인과 소멸에 대한 통찰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9-28 / 조회수 : 1819

(2009년 9월호)

붓다께서 보이신 선정과 지혜 수행 6

2. 고통의 원인에 대한 통찰 (집성제-연기)

물질과 정신은 조건과 원인1)에 의하여 일어나고 조건과 원인이 멸함에 따라 그 결과인 물질과 정신도 멸한다.2) 물질과 정신을 식별할 수 있다면 그 원인도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연기이다. 연기는 과거, 현재, 미래의 세 기간동안 작용하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이다. 매 찰나 우리의 몸과 마음이 일어나는 데는 그 조건들이 있다. 생 ․ 멸하는 이 조건들의 특성을 파악한다면 결과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이생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고통의 원인인 집착이 단지 이생에서 시작되었을까? 아니면 이전의 생에서 시작되었을까? 우리가 이것에 대한 해답을 안다면 지금, 미래를 위해서 신중히 깨어 있을 것이다.

정각을 성취하신 날 밤 삼경에 아직 보살이었던 붓다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무엇으로 인해 늙음과 죽음(老死)이 일어나는가?’ 그때 붓다께서 깊이 주의를 기울이자 깨달음이 분명해졌다. ‘태어남(生)이 있으므로 늙고 죽는다.’3)

‘무엇으로 인해 태어남이 일어나는가?’ ‘존재(有)로 인해 태어남이 있게 된다.4)

‘무엇으로 인해 존재가 일어나는가?’ ‘취착(取)으로 인해 존재가 있게 된다.’ 5)

‘무엇으로 인해 취착이 일어나는가?’ ‘갈애(愛)로 인해 취착이 있게 된다.’ 6)

‘무엇으로 인해 갈애가 일어나는가?’ ‘느낌(受)으로 인해 갈애가 있게 된다.’ 7)

‘무엇으로 인해 느낌이 일어나는가?’ ‘접촉(觸)으로 인해 느낌이 있게 된다.’ 8)

‘무엇으로 인해 접촉이 일어나는가?’ ‘6가지 감각토대(六處)로 인해 접촉이 있게 된다.’ 9)

‘무엇으로 인해 6가지 감각토대가 일어나는가?’ ‘정신과 물질(名色)로 인해 6가지 감각토대가 있게 된다.’ 10)

‘무엇으로 인해 정신과 물질이 일어나는가?’ ‘식(識)으로 인해 정신과 물질이 있게 된다.’11)

‘무엇으로 인해 식이 일어나는가?’ ‘행(行;의지적 형성력)으로 인해 식이 있게 된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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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인은 상카라들을 직접 일으킨 생산원인을 말하고 조건은 생산원인을 지원하는 돕는 원인이다.

2) “나는 연기(緣起;조건 따라 일어나는 법)를 깨달았다.”고 선언하신 붓다께서는 “원인으로부터 일어나는 현상에는 소멸이 있다. 원인은 일어나자 사라진다. 결과 또한 일어난 후에는 사라진다”고 가르쳤다.

3)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음, 죽음, 슬픔, 탄식, 괴로움, 불만족, 절망 등의 모든 괴로움의 무더기가 일어난다. 관습적 진리로 볼 때는 태어난 뒤에 한 번의 죽음이 있는 것 같지만 궁극적 실재적 측면에서 본다면 매 순간 이 몸과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과 정신이 일어나고, 유지되고, 사라지는 것이 늙음이고 죽음인 것이다.

4) 업으로써의 존재를 원인으로 재생연결식으로 시작되는 생이 일어난다. 다양한 그룹의 다양한 존재들이 태어나고, 일어나고, 자궁으로 들어가고, 무더기가 화(化)하고, 태어나는 장소를 얻는다.

5) 취착을 원인으로 업으로써의 존재(업유業有)와 9가지 재생으로서의 존재(生有)가 생긴다.

6) 갈애를 조건으로 감각적 욕망에 대한 취착, 삿된 견해에 대한 취착, 계율과 의식에 대한 취착, 자아에 대한 취착 등이 일어난다.

7) 낌을 조건으로 6가지 대상 즉,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법에 대한 갈애가 일어난다. 각각의 대상에 대하여 다시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 존재에 대한 갈애, 비 존재에 대한 갈애의 3가지 갈애가 일어난다.

8) 촉을 조건으로 6가지 느낌 즉, 눈의 접촉에서 생긴 느낌, 귀의 접촉에서 생긴 느낌, 코의 접촉에서 생긴 느낌, 혀의 접촉에서 생긴 느낌, 몸의 접촉에서 생긴 느낌, 마음의 접촉에서 생긴 느낌이 일어난다.

9) 6가지 감각 장소를 조건으로 6가지 접촉 즉, 눈의 접촉(眼觸), 귀의 접촉, 코의 접촉, 혀의 접촉, 몸의 접촉, 마음의 접촉이 생긴다.

10) 물질과 정신을 조건으로 내부의 6가지 감각 장소 즉, 안처, 이처, 비처, 설처, 신처, 의처가 생긴다.

11) ⅰ)업식을 원인으로 과보로 나타난 정신과 업에서 생긴 물질들이 생긴다. ⅱ) 과보 식으로 인해서 심과 심소와 마음에서 생긴 물질이 생긴다.

12) 선하거나 불선하거나 축척한 행위로 인하여 업식 즉, 과보로 나타난 6가지 식-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이 생긴다.

 

‘무엇으로 인해 행이 일어나는가?’ ‘무명(無明;사성제를 모름)으로 인해 행이 있게 된다.’13)

이렇게 일어남의 원인에 관한 통찰력과 지혜가 붓다의 마음속에 일어났다.

그리고 붓다의 마음속에 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떤 것이 없으면 늙음과 죽음이 생기지 않는가? 무엇이 소멸함으로 인해 늙음과 죽음이 그치는가? 깊이 주의를 기울이자 깨달음이 분명해졌다. ‘태어남이 없으면 늙음과 죽음이 생기지 않는다. 태어남(生)의 소멸로 인해 늙음과 죽음(老死)이 그친다.’

‘존재(有)의 소멸로 인해 태어남(生)이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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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無明)의 소멸로 인해 행(行)이 그친다. 이것이 그 모든 괴로움 덩어리들의 소멸이다.’ 14) 이렇게 소멸에 관한 통찰력과 지혜가 붓다께 일어났다.

12연기의 과정에는 3가지 회전이 있다. 무명 ․ 갈애 ․ 취착은 오염원의 회전이고 행 ․ 유는 업의 회전이고 식 ․ 명색 ․ 육처 ․ 촉 ․ 수는 과보의 회전이다. 오염원의 회전은 업의 회전의 원인이 되고, 업의 회전은 과보의 회전의 원인이다. 연기의 식별은 과거에 대한 식별로부터 시작하는 이 회전의 연속을 관찰하는 것이다.

우리가 왜 이생에서 여자로, 남자로 태어났는가? 이 전생의 죽음의 직전에 여자로, 남자로 태어날만한 업을 지었기 때문이다. 즉 여자나, 남자가 있다는 잘못된 앎(무명)을 가지고 그러한 삶에 대한 애착(애)으로 그런 존재 상태를 집착(취)하여 지금의 존재가 일어나도록 노력, 의도, 업을 행(行)했고 그 업의 힘이 바로 업으로서의 존재(유)다. 이것을 원인으로 모태 속에서 식 ․ 명색 ․ 육처 ․ 촉 ․ 수가 일어났다.

전생의 무명과 행을 원인으로 이생의 재생연결식으로 시작하는 식 ․ 명색 ․ 육처 ․ 촉 ․ 수의 결과가 일어났다. 그리고 금생의 애 ․ 취 ․ 유를 원인으로 다음 생의 생 ․ 노사와 모든 괴로움이 일어난다.

이렇게 과거 ․ 현재 ․ 미래에서 정신 ․ 물질의 인과 관계를 식별한다면 위빠사나 2번째 지혜인 원인과 조건을 식별하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3. 고통의 소멸 (멸성제-열반)

4가지 궁극적 실재가 있다. 물질 ․ 마음 ․ 마음부수 ․ 열반이다. 앞의 셋은 생멸하는 유위법(有爲法; 형성된 법)이다. 조건지워진 법들이 찰나에 일어났다 사라지는 현상이지만 그것들이 찰나에나마 존재하기 때문에 궁극적 실재이다. 열반은 생멸하지 않는 무위법(無爲法)이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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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성제를 모르거나 잘못 아는 무명을 조건으로 업의 형성(行)이 일어난다. 행(行)은 선하거나 불선하거나 현재와 미래(윤회)를 위해서 과거에 행했거나 축적한 행위들을 말한다. 무명에 의해 생성된 행(行)에는 6가지가 있다. ⅰ) 선한 행-13가지가 있다. 보시, 지계, 수행(선정, 지혜)등을 통한 8가지 욕계 매우 선한 의도와 색계에 태어나게 하는 5가지 본삼매 수행인 5가지 색계 선한 의도 등이다. ⅱ) 불선한 행-욕계의 불선한 의도들. ⅲ) 흔들림 없는 행-4가지 무색계의 유익한 의도들. ⅳ) 몸으로 짓는 행-몸의 문에서 짓는 욕계 선한 의도 8가지와 불선한 의도 12가지. ⅴ) 말로 짓는 행-말의 문에서 짓는 욕계 선한 의도 8가지와 불선한 의도 12가지. ⅵ) 마음으로 짓는 행-29가지 의도가 있다. 즉 12가지 욕계 선한 의도, 8가지 욕계 매우 선한 의도, 5가지 색계 선한 의도, 4가지 무색계 선한 의도 등이다.

14)『디가 니까야 』마하니다나 숫따와『쌍윳따 니까야』니다나 와가에 붓다께서 가르친 12연기의 방법이 있다. 붓다께서 무명의 시작은 알 수 없다고 하셨다. 시작을 알 수 없는 무명을 수행을 통해서 끝낸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일 것이다. 대승의 보살사상과는 달리 윤회의 원인인 무명이 없는 아라한이나 붓다는 더 이상의 존재를 취하지 않는다.

15) “비구들이여 생(生)하지 않고, 만들어지지 않고, 합성되지 않고, 조건화 되지 않은 것이 있다. 비구들이여 생하지 않고, 만들어지지 않고, 합성되지 않고, 조건화 되지 않은 것이 없다면, 비구들이여 생하고 만들어지고 합성되고 조건되어진 것으로부터의 해탈은 없을 것이다.”『우다나경』

 

생멸하는 유위법을 대상으로 그 현상의 특성을 통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을 함으로써 위빠사나의 지혜가 완성됨에 따라 결과인 열반이 드러난다. 즉 물질과 정신에서 그것들의 특성인 무상, 고, 무아, 부정을 통찰함으로써 항상하고, 즐거움이며, 무아이고, 깨끗한 열반을 성취하는 것이다.

열반을 대상으로 아는 도의 지혜가 일어남에 의해 우리를 고통에 처하게 했던 오염원(불선한 마음부수)들이 차례로 제거된다.16) 그래서 붓다께서는 열반을 탐 ․ 진 ․ 치의 소멸이라고 하셨다. 궁극적 실재인 열반을 대상으로 아는 도(道)의 마음이 일어났을 때17) 그때 마음은, 더 이상 5온을 취착하지 않는다. 즉 열반은 고통인 5온의 소멸, 정지이다.18) 범부가 왜 범부인가 하면 5온을 취착하기 때문이다. 도의 마음은 그 너머를 대상으로 취한다.

한번 도의 지혜가 일어난 성인(수다원)는 8정도의 성취로 더 이상 4악도로 갈 만한 불선행을 행하지 않고 최대 7생 이상은 윤회하지 않는다. 마치 어둠속에 있던 사람이 한 찰나 빛이 번쩍한 순간에 어디서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분명히 본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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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수다원 도의 지혜에 의하여 사견과 질투, 인색, 의심이 제거되고 사다함 도의 지혜에 의해서는 특별히 제거되는 것은 없지만 탐, 진, 치가 약해진다. 아나함 도의 지혜에 의해서 감각적 욕망, 성냄, 후회가 제거된다. 아라한 도의 지혜에 의해서 미혹, 양심 없음, 수치심 없음, 들뜸, 미세한 욕망, 자만, 해태, 혼침이 제거된다.

17) 궁극적 실재인 열반을 대상으로 지각하는 마음이 있다. 지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대상이 어떻게 알려지겠는가? 어떤 스승들은 열반에 들었을 때 그것을 지각하는 마음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붓다께서는 분명히 “아난다여, 그러한 비구는 이렇게 지각하고 있다. ‘이것은 평화로우며 지고한 것이다. 즉 상온의 멈춤, 습관의 정지, 집착의 무너짐, 평정, 소멸 닙바나이다.’ 라고. 이와같은 방식으로 아난다여 비구는 그러한 마음의 집중에 다다른다.”라고 말씀하셨다.

18) 궁극적 실재인 열반을 관습적 진리인 언어로 표현한다는 건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우리가 늘 접하고 있는 오온의 일시적 정지, 소멸이라고 한 표현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때 5온이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다. 여전히 생하고 멸하지만 열반을 대상으로 하는 고귀한 마음이 그것을 대상으로 취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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