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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편지 (4월)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1-04-09 / 조회수 : 1606

4월의편지



 꽃피는 봄 4월이 왔습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이지만 세계지구촌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시도 때도 없이 터지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큰 쓰나미가 있었죠. 일본열도 전체가 움직여질 만큼 강력했다고 하더군요. 예측하지도 못한 엄청난 변화가 우리의 재산과 생명을 앗아갑니다. 그동안 모아온 재산이나 명예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만일 지금 당장 내게 어떠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래서 내가 더 이상 세상에 남아있지 않게 된다면, 살아오면서 내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 놓았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물 모으기에만 급급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덕을 베풀며 살아왔는지...... “삼일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 티끌이다(三日修心 千載寶 百年貪物 一朝塵)”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삶의 관계 속에서 베풀어 왔던 나의 덕성스러움은 쓰나미와는 관계없이 인류(후손)들에게 영향을 주고 가슴에 남게 되겠지요. 이렇게 재산이나 명예 따위는 영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영원히 남는 것이 있다면, 영적인 행로-수행공덕일 것입니다. 수행은 우리를 물질적인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도록 해줍니다.

종교와 영적수행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종교는 초자연적인 절대자를 믿고 신념을 따르고 그분의 구원을 받는 것이라면, 영적수행은 참고 견디고 배려하고 책임감 있고 자비롭고 사랑이 넘치며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행복을 생각하는 마음 이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입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바라밀행이라고 부릅니다. 즉 덕성스러운 삶이란 말이지요.

종교는 영적수행 없이도 가능합니다. 절대구원의 존재를 믿으면 되니까요. 그러나 영적수행이 빠진 종교는 자칫 독선과 파괴력을 갖기가 쉽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부처님의 가피를 믿는 종교적 가르침과 바라밀 행을 통한 영적 가르침을 함께 배우고 실행하고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습니까?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을 보면 가슴 아픈 일이지만, 우리에게도 저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내가 세상에서 갑자기 사라진다면 날 위해 울어줄 사람이 얼마나 있나요? 너무 아까운 사람이 떠났다고 가슴 아파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한번 숙고해볼 일입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이들에게 상처주고 물질만을 모으기 위해서 전전긍긍 해 하며 신적존재에게 성공만을 요청해 오진 않았었는지, 아니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사랑을 나누고 행복을 가꾸고 인내하며 책임감 있게 덕베푼 일이나 또는 신성께 넓은 마음을 갖게 해달라는 기원을 해온 일이 얼마나 있었는지 돌아봅시다.

우리는 작은 것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움과 배려와 덕성스러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울 때나, 깨진 유리조각을 치우면서도 우리는 우주의 한 모퉁이를 정화해 가는 것입니다. 사소한 일 하나에도 이런 엄청난 질서와 사랑의 나눔이 있음을 상기 하십시오.

흐르는 물과 노래하는 새들은 그들 고유의 영역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축이나 꽃들이 인간의 돈벌이로만 취급되어진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 아닐까요?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행성을 인간의 욕망을 위해서 땅을 파헤치고 산을 뭉개고 땅속에다 핵실험을 하며...... 지구를 편안히 놔두질 않습니다. 지구위에서 살고 있는 인간이 지구를 함부로 대할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 볼일입니다.

인간의 행복뿐 아니라 생명가진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위한 배려심, 이처럼 아름다운 영적수행이 어디 따로 있을까요? 어떻게 살 것인가요?

나와 남 그리고 생명들에 대한 배려는 사소한 것에서도 놀라운 통찰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바라밀행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꽃피는 4월에 우리 가슴도 활짝 꽃피워 나도록 할 일입니다.

 

당신은 보신 적이 있나요?

움트는 봄날

살구꽃사이로 잉잉거리는

꿀벌들의 생명의 찬가를 보신 적이 있나요.

 

당신은 보신 적이 있나요?

무더운 여름날

녹음은 밝음을 향해 하늘로 뻗고

뿌리는 어둠을 향해 땅속깊이 뻗어가는

나무들의 모순된 조화를 보신 적이 있나요.

 

당신은 보신 적이 있나요?

낙엽 지는 가을날

소리 없이 다가와 나뭇잎을 흔들고 가는

바람의 뒷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당신은 보신 적이 있나요?

싸늘한 겨울날

눈덮힌 대지에 이제는 돌아와 갈무리한

생명의 숨결을 보신 적이 있나요.

 

봉인사 무묘실에서            적경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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