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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의 편지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2-12-14 / 조회수 : 1935

12월의편지

 

이제 2012년도 마지막 달이네요.

많이 추워졌습니다. 월동준비는 다 마치셨는지요?

봉인사에서는 여러 신도님들이 협조해 주셔서 재밌고 즐겁게 김장을 잘 마쳤습니다. 김장을 하면서 오고가는 신도님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부처님의 가르침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석보살님이 외쳤습니다.

“에고 허리야.”

그러자 옆에 있던 젊은 보살님이 “그 몸매에 아플 허리나 있수~.”

“하하하 호호......”

그러자 더 웃긴 것은 마석 보살님의 대답 이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다행히 나도 아플 허리가 있네. 이제 허리를 찾았어.”

“푸하하......”

다른 분이 웃다말고 한마디 합니다.

“침 튀어 조심들 해.” “뭔 소리야 침이 튀어야 간이 맞아.”

“그럼, 즐거워야 김치도 잘 익는 법이여. 즐겁게 담아야 맛 나는 것이여......”

“찡그리면 김치가 설익어......”

이렇게 즐겁게 하다 보니 수월하게 김장을 마쳤습니다.

뭘 하든지 즐거울 수 있다면, 충분한 것이겠지요.

잘 해보려고 진지하게 긴장 하며 김장을 담근다면 그것이 값진 것인가요? 과연 그럴까요? 만일 부처님이 김장을 하신다면 엄숙하고 진지하게 하셨을까요? 기쁘고 즐거운 맘으로 하셨을까요? 아마도 기쁨을 갖고 유쾌하면서도 매 순간을 깊이 자각하시면서 담으시겠죠? 어쨌든 이렇게 봉인사의 겨울 양식을 잘 준비했답니다. 그러고 나서 즉석 가벼운 회식, 유산균이 요구르트 보다 훨씬 많다는 막걸리, 곡차 그리고 누가 장만해 왔는지 모르겠지만, 석화(굴) 등......

김장을 하며 김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짠맛, 쓴맛 신맛도 있고, 매운맛도 있고, 잘 익으면 상큼하고 신선한 맛이 있을 것이고 나중에는 쉬어 꼬부라진 맛도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맛이 조화를 이룸으로 해서 김치 맛이라는 것이 형성된 것이겠지요. 이중에 뭔가 한 가지 맛이라도 빠지거나 한가지 맛이 강해지면 뭔가 잘못되어진 김치처럼 느껴질 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짜고, 맵고, 쓰고, 달고, 떫고 그렇게 그렇게 지내다가 쉬어 꼬부라져 갈지도 모르지요.

삶에서의 인생 맛이나 김치의 맛이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세상에 또는 주변사람에게 어떤 맛과 향기를 풍기고 있을까 숙고해볼 일입니다. 누구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누구에게는 싫은 사람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누구에게는 떨떠름한 사람이고 누구에게는 달콤한 사람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김장 김치는 6개월 정도 가지만 그 안에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이 다 우러나옵니다. 우리도 인생 100년의 삶 속에서 수많은 맛을 경험하기도 하고 세상에 맛보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치의 일생이나 우리네 인생이나 완숙된 삶이 무엇일까요?

거기서 거기인 것 같습니다.

만일 우리에게 기쁜 감정만 있고 슬픈 감정이 없다면, 그런 세상에서 산다면 과연 아름다운 삶이 될 수 있을까요? 만일 인간에게 두려움이 없다면 항상 평온한 세상이 이루어질까요? 말도 안 되겠지요?

여러 가지 양념이 버무려져야 맛이 나는 김치처럼, 인생의 참 맛도 많은 경험이 바탕이 되어 지고 조화를 이룰 때 그 맛이 우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자 - 지금 나는 세상에 대해서 어떤 맛을 내고 있는지 점검 해 봅시다.

..............

어리석은 사람은 남을 우습게보고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낮춰본다.

자비로운 사람은 나와 남을 똑같이 보는 법

홍시여 너도 젊었을 땐 무척 떫었지

아름다운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온갖 양념이 잘 버무려 졌을 때 맛이 나는 김치처럼

우리네 인생도 온갖 감정들이 잘 버무려졌음을 볼 때 완숙되어진다네.

김치 그것은 인생

이 모든 시를 버무리세요.

갑자기 싸이 노래가 생각 나는군요.

옵, 옵, 옵, 옵, 오빤 봉인사 김치스타일 ^^

                                  

                                                               초선당에서 적경 두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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